[e슈포커스] 탄소중립 달성 위해 깃발 세웠는데 어떻게 가야하나?

- 에경연 개원 35주년 기념 좌담회 개최... ‘분야별로 살펴보는 탄소중립 달성의 열쇠’
- 정책, 산업, 발전 등 각 분야 탄소중립 미래 전망과 대응방안 공유

에너지경제연구원 개원 35주년을 기념해 ‘분야별로 살펴보는 탄소중립 달성의 열쇠’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에경연)

[에너지환경신문 박은아 기자] 에너지경제연구원 개원 35주년이 됐다. 지난 26일에는 35주년을 기념해 ‘분야별로 살펴보는 탄소중립 달성의 열쇠’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번 좌담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일반 국민의 폭넓은 참여를 위해 에너지경제연구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행사는 임춘택 원장의 개회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정해구 이사장의 축사에 이어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공동위원장의 기조연설과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분야별 방안에 대한 관련 연구기관장과 전문가 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본지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제공한 보도자료와 발표 내용을 재구성해 에너지경제연구원 개원 35주년 좌담회 내용을 정리했다.

기조연설에서 윤순진 위원장은 ‘탄소중립시대의 개막, 우리의 도전과 과제’라는 주제로 탄소중립 추진의 필요성과 정부, 산업계, 민간 등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해야 할 노력 등을 자세히 짚었다.

기조연설을 맡은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공동위원장 (사진출처=에너지경제연구원 개원 35주년 기념 좌담회 온라인 캡쳐)

윤 위원장은 “급속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인한 글로벌 기후위기의 심각성으로 인해 전 세계가 달성해야 할 기온 상승 억제 목표가 1.5℃로 강화된 상황에서 탄소중립 달성은 필연적”이라며,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며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국가 경제와 기업의 생존 문제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주요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정책 및 법령에 반영하고 있다”며, “RE100을 선언하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 역시 증가하고 있다. EU와 미국 등에서는 탄소국경조정제 도입이 논의 중으로 철강 등 우리 산업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NDC(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소개한 윤 위원장은 “최근 글래스고 기후변화회의 참석 등의 기회를 통해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높이 평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관련 전문가를 포함해 산업계, 노동계, 시민사회, 청년, 지자체 등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운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8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했다”며, “탄소중립은 이제 시대적 과제이자 국제 규범이고, 이러한 흐름이 혁신성 높은 우리나라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좌담회에서는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좌장을 맡고, 주현 산업연구원장, 오재학 교통연구원장, 손정락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MD,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이 참여해 ‘분야별로 살펴보는 탄소중립 달성의 열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주현 산업연구원장은 탄소중립으로 인해 국내 산업구조에 큰 변화가 있겠으나 관련 기술에서 아직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격차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어 탄소중립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오재학 교통연구원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전기차 등을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에 관련된 생산 경쟁력 확보, 충전 인프라 확대 등을 복합적으로 지원하는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정락 에너지산업MD는 2050년까지 남은 시간이 길지 않으므로 국가적으로 목표지향적인 기술확보체계를 운영해 변화에 필요한 속도를 확보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역시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데에 동의하면서 기후에너지부와 같은 컨트롤타워의 필요성, 구체적인 탄소중립 비전의 공유를 통한 주민 수용성이 개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음은 좌담회 내용을 대화 형식으로 정리해 재구성한 내용이다. 직함은 생략한다.
 

임춘택 글로벌 탄소중립 추진에 대해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산업분야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이에 대한 제도와 정책은 어떻게 되어야 할지?
 

 

주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53%, 즉 절반 이상이 산업부문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산업부문에서의 배출절감 노력이 중요하다. 한국의 제조업에서는 연료뿐 아니라 원료로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이미 에너지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에너지 저감 잠재량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공장 스마트화, 다양한 에너지효율 개선 수단 발굴, 저탄소 연원료 대체 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철강산업에서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및 전기로 비중 확대, 석유화학의 바이오기반 기초유분 생산기술 개발 등 저탄소·탈탄소 산업구조 전환이 필요하며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정부도 탈탄소 기술 투자,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지원을 해야 하며, 산업계 역시 탈탄소화로의 전환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임춘택 탄소중립이 산업분야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신산업 육성방안이 있다면?


 

주현 산업구조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산업부문에서의 탄소중립 관련 기술은 선진국과 우리나라가 차이가 별로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라고도 볼 수 있다.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수소, 전력망, ESS 등의 신에너지 인프라 산업분야의 육성이 필요하다.

친환경 선박, 반도체, 이차전지 등은 우리나라가 월등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재생 에너지 산업, 기후기술, 기후 서비스 산업은 가격경쟁력을 보유한 중국이나 기술력에서 앞선 유럽, 미국에 비하여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탄소중립 유망분야의 국내 생태계 확보가 시급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국내 기술경쟁력을 높여나가기 위한 지원을 해야 하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마련으로 탄소중립 유망 분야로의 민간 투자 활성화 유도가 필요하다.
 

임춘택 전기차와 수소차 등 새로운 모빌리티 수단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정책, 그리고 국내 자동차산업에 대한 전망은?


 

오재학 우리나라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9,800만톤으로 13.6%를 차지한다. 미국은 26~28%라는 것을 감안하면 수송부문 에너지사용 효율성은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수송부문은 여객파트와 화물파트로 나눌 수 있는데, 여객파트가 배출량 중 68%를 차지하고 화물파트가 32% 차지한다.

여객파트에서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전 국민적인 동참이 필요하며, 화물파트에서의 배출량 감소를 위해서는 화물수송 수단의 전기화, 철도수송의 확대 등이 필요하다.

향후 10년 동안 자율운행자동차, 전기차, 공유차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생산되는 380만대의 자동차 중에 국내 소비되는 180만대가 전기차로 교체되면 전기화가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수소차의 생산능력이 이를 따라갈 수 없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2025년에서 2030년 사이에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사이에 가격경쟁력 차이가 없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그 사이에 전기차 생산 경쟁력 확보, 충전인프라, 국가보조금 제도, 운행 규제 등에 대한 복합적 설계를 지원해줄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임춘택 (손정락 MD는) 현장에서 탄소중립과 관련한 사업화를 위해 노력 중인데, 탄소중립이 가져올 산업의 변화에 대해 의견은?

 

 

손정락 우리에게 큰 변화를 가져올 2050 탄소중립은 인류 공동의 과제이나 동시에 산업의 변화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요인으로 활용해야 한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무탄소 발전, ESS, 수소 관련 산업, CCUS 등이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다.
 

임춘택 연료전지와 가스터빈은 모두 가스를 사용하며 경쟁하는 관계이며, 탄소중립이 본격화되면서 연료를 수소로 바꿔 나가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 두 기술의 위상 변화에 대해 가스터빈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서 어떻게 전망하는가?
 

손정락 가스터빈의 온실가스 배출은 석탄발전에 비해 25% 수준이지만 그래도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좌초자산화될 것이다. 앞으로 가스터빈은 연료를 천연가스에서 수소로 전환해 수소터빈이 될 것이다.

수소터빈은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전체 전력망의 관성력에 기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형으로 설계될 것이다. 연료전지는 관성력은 없지만 소규모 발전수단으로서 분산발전용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러한 역할에 따라 두 기술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영역을 찾아 나눠질 것이다.
 

임춘택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에너지전환인데 에너지전환을 하는데 있어 속도가 너무 빨라도 문제지만 늦는 것이 더 문제일 수 있다. 산업계의 탄소중립 대응 방향, 속도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손정락 2050년까지 30년 남았는데, 30년 전인 1991년이 가스터빈 국산화를 시작한 시점이고 30년이 지난 이제야 국산화 기술이 완성되서 상용화 진입단계이다. 앞으로 30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속도감 있게 준비되지 않으면 30년 시간 계획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 특히 산업부문에서는 향후 10년 동안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목표지향형 R&D 추진으로 신속한 기술확보가 필요하다.
 

임춘택 탄소중립과 관련된 여러 분야 있는데, 분야별로 우리가 해야 될 과제들은 무엇인가?


 

권필석 해야 할 것들에 비해 30년이라는 기간이 짧다. 특히 전환부문이라고 불리는 발전부문에서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나오는 재생에너지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발전용량 기준 600GW라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설치돼야 한다.

30년으로 나눠보면 매년 17~18GW가 설치돼야 하는데 결코 만만치 않다. 재생에너지의 장점은 인허가 기간을 빼면 설치기간이 수 개월 정도로 짧다는 것이다. 반면에 전력망의 확충 속도는 이보다 더 느린 편이므로 전력망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하지 않으면 병목 현상이 재생에너지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

건물 부문은 단열을 강화하고 난방을 전기화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가 지원을 할 경우 그로 인한 재산가치 상승의 혜택을 집주인만 누리게 되는 것과 같은 사회적 이슈가 존재할 수 있다.

수송부문에서 전기차 확대를 위해서는 충전인프라 확대가 중요하다. 전기차 충전시간과 재생에너지 잉여전력 발생시간을 매칭하는 것과 같은 세밀한 조정도 간과할 수 없다. 이처럼 여러 부처 간의 조정이 필요한 일들이 많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도 기후에너지부와 같은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춘택 재생에너지 확대가 탄소중립의 중요한 관건인데, 재생에너지 확대의 걸림돌은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권필석 주민수용성이 어려운 문제이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탄소중립의 당위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가 탄소중립으로 가야 하는 이유와 가지 못했을 때의 비용 등에 대해 구체적인 비전을 보여주면 주민 수용성이 개선될 것이다.

토론 이후 온라인을 통해 전달된 질의인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높은 상황에서 한전 민영화나 전기요금 인상 등이 필수적인데, 경제적 측면에서 탄소중립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임춘택 원장이 직접 답했다.

임춘택 원장은 “지금은 재생에너지 단가가 화석연료와 원전보다 높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온 사례가 많고 향후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며, “IEA에서도 선진국의 경우 전력망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비 회수 수준이 높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것이 에너지 비용이 적게 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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